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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북

내 책장에는 몇 권의 페이퍼 북이 있다. 나는 그것들에 대해 약간의 로망을 품고 있다. 한국에서는 페이퍼북이 보편적이지 않기 때문에 내가 가진 책의 대부분은 반양장이거나 양장이나, 반대로 내가 가진 대부분은 원서는 페이퍼북이다. 처음으로 페이퍼북과 인연을 맺었던 것이 언제였던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대신에 페이퍼북에 대한 로망이 비롯된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과거 영문판 '소피의 세계'를 헌책방에서 사 들었을 때다. 한 손에 꼭 들어오는 작은 디자인에 두툼한 책이었다. 가벼웠다. 그 많은 페이지와 잉크의 집합이 이렇게 가벼울 수 있을까. 상쾌하게 가벼운 책이었다. 발랄한 손목의 느낌은 유쾌했다. 선정적인 표지는 페이퍼북이라는 본분을 다 하듯 난잡했다. 그것을 바라보며 결정했다. '사야지.' 값을 치르고 페이지를 펼치며 나는 다시 상쾌했다. 두꺼운 책이 쉽게 넘겨졌다. 읽힌다는 본분에 충실한 책이라 여겨졌다. 거기서 페이퍼북에 대한 내 작은 낭만은 시작되었다. 소피의 세계는 분량이 적은 글 아니다. 그것은 몇권의 분책으로 한국에 출시된 글이다. 그 많은 것들이 단지 한 권에 집약되어 가볍고 발랄하게 읽힐 수 있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 설명하기 힘든 세련됨을느끼게 했다. 어쩌면 거기에는 그 책이 순수한 영어라는 것, 그리고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종류의 책이라는 것에 의한 우월감과 낮설음도 포함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무엇보다 손목에서 느꼈던 상쾌함이 페이퍼북에 대한 내 호감을 결정지었다.
오늘 서점에 들렀다. 얼마전부터 열린책들이 내고 있는 페이퍼북을 살펴봤다. 내가 가진 여느 페이퍼북과 흡사한 모습에 반가웠다. 한 권을 꺼내 보았다. 약간의 실망감을 느꼈다.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인 욕심이지만 조금 더 가벼워 졌으면 좋겠다. 나중에 내가 페이퍼북으로 책을 만들게 되면 그것은 내가 기억하고 있는 상쾌함을 재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by 카이첼 | 2008/06/29 22:17 |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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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카레왕 at 2008/06/29 22:49
곧 귀국합니다. 정말 한국이 그립군요.

주말은 병원이 쉬기 때문에 아키하바라에 다녀왔는데 마음이 절로 흐뭇해 지더군요. ........마음이 치유 받았어??????

암튼 귀국하는데로 입금하겠습니다. 절 잊으면 울어버릴 거에염. ;ㅁ;
Commented by 카이첼 at 2008/06/30 19:41
제가 좀 카레왕님 팬이라서 잊을 일은 없음. ㅋ
아키하바라라니, 다섯 덕의 군자들이 성지로 삼는 그곳 말이군요. ㅋ 이럴 줄 알았으면 에로게나 하나 부탁드릴 껄 그랬나 봅니다. 껄껄.
Commented by 니힐니힐 at 2008/06/30 00:21
좋고-
Commented by 카이첼 at 2008/06/30 19:41
^^
Commented by 겨울바른 at 2008/06/30 10:06
저랑은 어째 반대시군요? 전 가벼운 책을 들다 무게감 있는 책을 한 번 쥐어보고 그 충만함에 몸을 떨었던..(...)

암튼 책은 적당한 무게감이 느껴져야 하는 겁니다!
Commented by 카이첼 at 2008/06/30 19:42
후, 책 오래 읽다보면 무거운 책 좋단 소린 쏙 들어갈 겁니다. 뭣보다 양장은 누워서 보기 너무 불편함.
Commented by pillows at 2008/06/30 11:47
양장 반양장도 좋지만 산뜻한 페이북의 느낌도 아주 좋죠. 책장에 있는 양장본들은 왠지 모를 포스가....페이북은 들고 다니기 너무 좋고요. 그나저나 소피의 세계를 무려 원서로 읽어보셨다니? 저는 아직 한국어본도 책장에 무려 5년정도 뭍어놨는데...( -_-);;;; 쳇 빨리 보고 말테얏.
Commented by 카이첼 at 2008/06/30 19:43
소피의 세계 저자가 독일인이었던 걸로 기억하니 영어 역시 번역본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소피는 초딩용 소설이라 문장이 쉽고 간결해서 대단한 영어실력이 없어도 무리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Commented by 박종인 at 2008/06/30 12:47
일단 알고 계셔야 할 점은

표지가 고객의 전부를 만족하기 힙듭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게 독자가 딱 정해져 있는데다가 그 독자도 모든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게다가 각기 다른 감상을 가지고 있고요)

일단 표지에서 나타넬 수 있는건 '희망을 위한 찬가'라는 제목과 희망찬의 주제를 살릴 수 있는 무언가겠지요. 제목은 사실 책의 내용을 직관적으로 표현한것이 아니기 때문에 표현에 무리는 없지만. 붓글씨의 경우는 자재해야 합니다.

배색이나 문양의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게 서점에서 풀리는 책이라면 몰라도 책을 사는 사람이 책의 모든 것을 알고있는 마당에 무엇을 하던 고객(최소 500명이상)의 입맛을 맞추기는 힘듭니다. 따라서 고객에게 인지도 있고 전체를 관통하는 소재를 주제로 삼아서 표현을 해야 하죠, 제가 드렸던 시안은 그 중에서도 기호입니다. 그것도 복잡한 기호가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기호인 점, 선, 면을 가지고 만들고. 진이라는 개념을 같도록 원형으로 배치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호가 아닌 그 어떤 소재도 모든 고객을 만족하는 희망찬을 표현하기 힘들다 생각합니다. 기호라는 소재를 제외하면 독자의 취향을 너무 타기 때문입니다.

제가 클라이언트라면

1. 기호를 소재로 삼아야하며 2. 가능한 심플하게, 하지만 흑백의 배합은 자재하도록 가이드 라인을 정하겠습니다.

1번의 이유는 앞에 설명했고 2번의 경우 심플한 쪽을 독자들이 원하기 때문이고 흑백의 배합을 자재하는건 흑백의 배합은 희망찬의 어떤 부분도 설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촉박할때는 위와같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훨씬 수월하게 작업을 할 수 있지요.
Commented by 카이첼 at 2008/06/30 19:43
조언 감사합니다. 근데 그냥 하나 만들어 주심; 굽신굽신;
Commented by pillows at 2008/06/30 15:42
네 맞습니다. 그렇다면 희망찬을 관통하는 궁극 기호인 손바닥이 책 표지나 속표지를 장식해야 하는 것이 가장 좋을 듯 합니다. 손바닥 주변에 여러가지 상징기호들이 배치되어 있고 그러한 기호들이 손바닥 하나로 모여드는 그런 그림 말이죠. 저도 미약하지만 그림 그리는 재주가 있는데, 시간이 없어서 도움이 못되고 입만 놀리고 있군요. 다른걸 다 떠나서 이전의 박종인님의 표지정도라면 저는 만족합니다.
Commented by 카이첼 at 2008/06/30 19:44
하하. 만들어 보시겠다면 대환영합니다.
Commented by 박종인 at 2008/06/30 16:02
그...... 손도 좀 이상합니다. 손은 예전에 구상을 해봤는데 표지에 영 안어울리더군요. 이렇게 저렇게 집어넣어도 잘 안어울렸습니다.(적어도 저는요) 게다가 손은 은결에게 있어 더이상 궁극의 기호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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